gtdrsdf 2024. 2. 4. 03:47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늘 출판‘운동’을 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출판‘사’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출판사 ‘일’뿐만 아니라 출판 생태계 전체를 위하는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아가 우리 회사에서 내는 책 내용이 어린이와 교육을 살리는 것들이라서 사회 전체를 위한 ‘운동’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나 자신에게 운동성을 내세우며 은근한 열정을 강조했고 어느새 그것은 내 체질로 굳었다. 그런데 나 자신에게 은근한 열정을 강조하고 실천한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나 함께 일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은근한 열정을 주문하는 데는 문제가 따랐다. 20대 젊은 친구들이 은근한 열정을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는 20대 젊은 친구들을 이해하고 싶어 관련 책들을 읽기도 했다. 이 책에도 소개된 김애란 소설집 『침이 고인다』(문학과지성사, 2007년), 우석훈 선생의『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레디앙, 2009년), 20대 김예슬의『김예슬 선언』(느린걸음, 2010년), 엄기호 선생의『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푸른숲, 2010년) 같은 책들을 읽었다. 그렇지만 20대 젊은 친구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간극은 존재한다. 그런데 한윤형․최태섭․김정근이 지은『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웅진지식하우스, 2011년)를 소개한 글을 보면서 이해의 단초를 얻었다. 무한긍정의 사고방식과 끝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부정적 사고와 경직성을 완전히 배제한 인간들, 일테면 ‘뼈도 눈물도 없는 무골호인들’이 각자의 열정으로 승자독식의 경쟁을 벌이는 사회야말로 오늘날 자본주의가 꿈꾸는 유토피아인 것이다. 노동을 노동으로 인식하지 않고 비경제적 활동으로 인식할 때, 예를 들어 놀이나 종교적 황홀경 같은 상태로 인식할 때, 노동의 생산성은 극대화된다는 게 바로 자본의 속내(그런 게 있다면)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는 이런 ‘무골호인들의 지옥도’를 우리 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63쪽) 인용한 글을 보면 내 스스로에게 강조하고 젊은 친구들에게 요구한 열정이 어떻게 바뀌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내가 말하는 은근한 열정과 노동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열정이 같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분명 일맥상통하는 것도 있다. 그렇다 보니 우리 일터 젊은 친구들은 내가 은근한 열정을 강조할 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요구하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척박한 우리 사회에서 열정 없이 도대체 가능한 것이 있을까. 더구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것에 대항하며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고 사는 사람들이 모인 일터에서 일한다면 열정은 어떻든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열정은 자발적인 것이지 누군가 요구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어쨌든 열정은 필요한 것이 아닌가? 강경석 문학평론가에 따르면 20대 “키워드는 현실주의다. 불가능해 보이는 큰 꿈은 처음부터 갖지 않기. 멀리 있는 ‘최선’보다는 가까이 있는 ‘차악’을 선택하기. 그리고 비록 아프더라도 그런 삶을 긍정하기. 이 현실주의의 핵심은 ‘작아지는 것’이다.” “직접적이기보다는 우회적이고 수직적이기보다는 수평적이다.”고도 한다. 이러한 20대 젊은 친구들을 나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당장 은근한 열정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 고병권 수유+너머 연구원의 말을 참고할 만하다. “긍정이란 단어는 굉장히 신체적이에요. 긍정을 마음의 문제로 여길까 봐 걱정이에요. 긍정은 몸에서 생겨나는 단어예요. 따라서 우울한 생각이 많이 들 때, 머리로만 웃자고 할 게 아니라 산책을 하거나 마라톤을 해보세요. 방의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도 좋고요. 실제로 니체는 좋은 날씨를 찾아 일부러 떠났다고 해요. 혼자 방에만 있지 말고 문 밖으로 나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좋은 책 한 권을 더 읽는 것보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어요. 내가 맺고 있는 관계를 바꿔보는 것도 좋아요.” (162쪽, 김은지 <시사IN> 기자의 인용을 재인용).
만원 세대’ ‘청춘’이라는 말로 쉽게 뭉뚱그릴 수 없는, 이 시대 청년들에 관한 담론을 모았다. 20대를 그린 소설, 20대를 둘러싼 사회 현실에 관한 책, 20대가 쓴 책, 20대를 응원하는 책 32권을 소개하는 서평을 통해 88만원 세대 출간 이후 터져 나온 20대 담론의 흐름을 짚어본 책이다.

머리말: ‘앎과 삶’ 시리즈를 시작하며
20대, 위기의 한국 사회를 이끌 최전선의 투사/한기호

1. 문학, 20대를 말하다
설탕파우더의 두께/강경석 …… 김애란 침이 고인다
문이 열리고 20대를 보기 시작했다/이윤주 …… 김혜나 제리
쉼표 하나만큼의 성장소설/금정연 …… 문진영 담배 한 개비의 시간
속물 권하는 사회/강유정 …… 오현종 거룩한 속물들
‘노웨어맨’의 세상에서 탈출하기/조은영 …… 염승숙 노웨어맨

2. 청춘의 그라운드에 관한 고찰
청춘 탐구와 시대 탐구/한윤형 …… 엄기호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무골호인들의 지옥’에 관한 예리한 소묘/박권일 …… 한윤형·최태섭·김정근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자학의 시詩로 청춘을 노래하다/임지선 …… 정상근 나는 이 세상에 없는 청춘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20대, ‘공포’와 ‘불안’을 넘어서/양승훈 …… 우석훈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새로운 사회적 연대를 꿈꾸는 혁명가/이현우 …… 박가분 부르주아를 위한 인문학은 없다
불안정 노동자의 성난 기운이 힘으로 뭉치길/권문석 …… 아마미야 카린·우석훈 성난 서울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위한 자기계발서/김슷캇 …… 이승환 고 어라운드
연대와 공감의 길 찾기/곽중현 …… 조성주 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넘어
이제 골방이 아닌, 이웃으로 돌아가라/김종락 …… 안치용·윤송이·정수지 외 청춘은 연대한다

3. 이것은 다만 나의 이야기
요새, 젊은, 것들의 자의식 혹은 자위식/김종휘 …… 단편선·박연·전아름 요새 젊은 것들
꿈을 어디 처박아뒀는지 모르겠는 20대의 자화상/안은별 …… 유재인 위풍당당 개청춘
시시콜콜함에 대한 어느 대화/단편선 …… 서나래 낢이 사는 이야기
그래도 그는 행운아/고건혁 ……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행운아
풍문을 뛰어넘어 20대를 성찰하다/김지숙 …… 문수현·박은하·원소정 외 이십대 전반전
20대여, 냉소하라 더욱 냉소하라/김민하 …… 한윤형 키보드 워리어 전투일지
김예슬 선언은 무엇을 요구하지 못했나/최수태 …… 김예슬 김예슬 선언
‘강남소녀’의 자기 역사 쓰기/김원 …… 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
20대에게 ‘열린 사회’를/김향미 …… 이여영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4. 20대, 당신을 응원한다
‘죽은 어른들의 사회’에 부치는 계몽의 전언/변정수 …… 김어준 건투를 빈다
당신에게 통각痛覺의 발달을 권함/김신식 …… 김현진 그래도 언니는 간다
인생의 벗을 갖는다는 것/김은지 …… 이인 청춘대학
만만한 게 청춘이다/최태섭 …… 김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책 안 읽는 청춘에게/김류미 …… 김혜남 외 책 읽는 청춘에게
장난 아닌 세상에서 머리 하나로 살아남는 노하우/이여영 …… 한기호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만주의!/박동수 …… 이지성 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
인생에 매뉴얼은 없다/박연 …… 김남훈 청춘 매뉴얼 제작소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