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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됨을 후회함


제목이 과격하게 느껴진 나부터가 모성 신화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고백해야겠다. 읽으면서도 이 책의 이야기들에 내 경험을 어떻게 보태어 적어야 할지 고민되었을 정도이니, 엄마 라는 역할을 벗어나 있는 그대로 마음을 털어놓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이스라엘의 사회학자가 엄마됨을 후회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한 경험을 소개한다.사실 후회란 가지 않았던 길 에 대한 감정이므로 표현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는 양가감정과는 다르다. 엄마들의 삶에 모순된 감정과 경험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저자가 초점을 맞추는 후회는, 어떻게 엄마로서의 삶과 나를 일치시킬 수 있을까? 가 아니라 엄마가 된 것이 실수였다 는 인식이다. 엄마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어? 그런 생각을 하는 엄마의 아이들은 불행할 거야 라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사랑하지만, 엄마가 된 것은 후회한다 고 말한다. 엄마라는 역할의 무거움을 넘어 나 라는 존재와 양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그런데 엄마됨이라는 결정이 모든 상황과 욕구를 명료하게 인식한 데에서 비롯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문제다. 자신이 엄마가 되기를 바라는지, 엄마가 되면 자신에게 어떤 결과가 올지를 생각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엄마가 된 여성은 완전히 자유로운 결정 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많은 여성들은 사회규범에 따라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며, 자신의 바람과 사회적 기대의 결합에서 생겨난 제도화된 의지 를 지닌 채 엄마가 되곤 한다.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동의하는 것 과 의지를 발휘한 결정 은 차이가 있다고. 일단 엄마가 되면 다 하게 되어 있다 는 말처럼 사회의 기대가 주변에 만연하지만, 이를 벗어나고 구체화된 다른 여성정체성이 바로 후회다. 물론 사회는 느껴도 되는 감정과 느끼면 안 되는 감정을 구분하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거나 혼외 아이를 가진 것에 대한 후회는 받아들이지만, 엄마가 된 것 자체에 대한 후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모든 여성이 엄마가 될 필요는 없다!
금기의 문을 열어 전 유럽을 폭풍 토론의 장으로 만든 화제작!

최근 들어 자녀에 대한 폭력, 친딸 유기, 동반자살 등 자녀를 버리거나 심지어 죽이는 사건이 적지 않다. 그동안 우리는 이런 기사를 접하면 온 사회가 한 목소리로 모성애를 저버린 엄마들은 비난하거나 손가락질했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외면하는 것은 여성의 본능인 모성애를 거부한 행동이므로 결코 이해받을 수 없는 감정으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극단적인 사건 뒤에는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다만 엄마라면 반드시 자신보다는 아이를 아껴야만 하고, 모성애는 타고난 존재라는 인식은 여성과 엄마 사이의 관계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과연 엄마가 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행복하고 감동적인 일인 것일까? 혹시라도 엄마가 된 것을 후회하는 여성은 없는 걸까? 또 엄마가 된 것을 후회하는 감정은 ‘이상한 여성’들만의 ‘별난 감정쇼’일 뿐인 걸까?

이 책은 그동안 당연시되어 왔던, 어쩌면 차마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지 못했던 엄마들의 감정을 다루고 있다. 엄마가 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인생의 통과의례일 수 있으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암묵적인 강요로 다가와 인생을 송두리째 후회하게 할 수도 있는 사실이라는 것을 23명과의 깊이 있는 인터뷰 속에서 드러낸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여성들의 자기결정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이것을 보장해 줄 수 있을 때 진정한 여성해방은 시작된다.


서문

1장 어떻게 엄마가 되었을까
‘자연적 이행’인가 ‘선택의 자유’인가
엄마 되기 1 : 대세의 흐름에 따라
아기를 낳고 싶은 소망에 숨겨진 이유
엄마 되기 2 : 동의했지만 자발적 의지는 아니었다

2장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좋은 엄마 대 나쁜 엄마
자식사랑 대 자식혐오

3장 결코 엄마가 되지 말았어야 했다
시간과 기억
엄마가 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사회의 권력수단으로 이용되는 후회
끔찍한 실수였어요
엄마가 된 것은 후회해도 아이들에 대해서는 아니다
엄마들이 후회할 때
엄마로서의 삶의 장점과 단점

4장 용납되지 않는 감정으로 살아가기
나는 누구였으며 누구인가
트라우마 경험이 되는 엄마의 삶
애착과 족쇄의 모성애
보살핌의 의무
끝없는 이야기
아빠들은 어디에 있는가
사라진다는 환상
떠난다고 자식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 낳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5장 엄마, 당신은 누구인가 말할까 침묵할까
아이들도 알고 있나요?
보호하기 위해 1 : 후회에 대해 침묵한다
보호하기 위해 2 : 책임감 때문에 후회를 말한다

6장 오늘날 엄마들은 어떻게 사는가
엄마로서의 삶에 만족하기
엄마들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후기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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