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인형 이라는 시를 sns에서 우연히 보게 되고, 이 시를 구매하는 것을 결정했다. sns를 통해 시가 유통되는 과정은 참으로 희한하다. 부디, 시를 알게 된 사람이 시집을 구매하는 과정까지 오기를 참으로 바란다. 아무튼, 한 시만 골라서 사게 된 시집은... 사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시집은 전체적으로 다 좋았다.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된 소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달까. 말그대로 정말 좋았다. 한 어른아이로서.
안녕 소녀여 무슨 노래를 부르니 눈을 감고 릴리트요
이방의 소녀가 부르는 경계의 시
박은정 시집,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1975년 부산에서 태어나, 2011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시인 박은정이 첫 시집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를 펴낸다. 등단 당시 자신만의 목소리와 시적 공간을 창출할 줄 안다는 평을 받은 것처럼, 이번 시집에는 박은정만의 목소리와 시적 리듬으로 경계가 지워진 허공의 노래를 만들어내는 54편의 시가 묶여 있다.
박은정 시의 화자들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소녀’의 모습으로 어른과 아이 사이를 넘나들기도 하고, ‘이방인’의 자세로 이곳과 저곳 사이를 넘나들기도 한다. 이 넘나듦 속에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소리들은 노래로 다시 돌아온다. 다름이라는 경계가 지워지고 대상들의 자리가 뒤섞이는 미묘한 지점을 향해 가겠다는 것, 그리하여 외면된 것들을 듣는 귀와 외면된 것들이 말하는 입을 모두 담아내는 몸이 되겠다는 것. 이것이 이방의 소녀가 하늘과 땅 사이의 공중을 뛰어다니며 부르는 시의 노래이다.
시인의 말
1부 빛들이 돌아선 밤을 불러들였네
대화의 방법
나고야의 돌림노래
고양이 무덤
피아노
풍등
노르웨이의 검은 황소
복화술사 하차투리안
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인형
대니 보이
불행의 접미사
미토콘드리아
나라야마
신비주의자들
꽃들은 어디에 있을까
드로잉
합창 시간
꼽추
이방의 사람
2부 우리에게도 아픈 전생이
풍경
사루비아
맹인의 발음
우리에게도 아픈 전생이
물의 호흡
조감도
물레 감는 그레첸
시리아 사람
유고
귀령(歸寧)
일요일의 미로
최초의 동행
윤색
목만 남은 자들
사탄의 운지법
벌려다오 너의 릴리트를
토카타
정글짐
3부 나는 무서워서 자꾸 사랑을 합니다
에스키스
마한델바움
태초에 우리는 배에서 만났네
누오피아
육식 소녀
아내의 과일
구두 수선공의 불면
봄밤의 연인들
긴 겨울
날마다 부적이 필요했다
하마르티아
라벨의 즈음
역류하는 밤으로
태몽
녹물의 편애
수련
올드 해그
르완다의 숲
해설 | 혼혈 소녀의 피아노
| 장은석(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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