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두껍지만, 대담 형식의 구어체로 쓰여져 의외로 쉽게 금방 읽을 수 있다. 쉽게 금방 읽을 수 있다고 내용이 빈약한 건 아니다. <인문학 콘서트 1권>이 현대사회속 인문학 이슈 전반에 대한 부분을 다루었다면, 이 <인문학 콘서트 2권>은 한국인의 삶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처음 이어령, 김정운, 하지현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슈의 물꼬를 트고는 이후한국 고유의 문학, 음악, 건축,춤, 신화 및 귀신 등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담론을 이어가는 식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흥미로운 분야와 별반 감흥이 안오는 분야들이 있겠지만, 흥미가 없는 분야라고해도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이루는 소재들이어서인지 읽으면서 지루함이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각 분야별로 할당된 대담의 시간제약 때문에 깊이까지를 논할 정도는 아니지만, 혹 유달리 관심가는 분야로의 입문을 위한 방아쇠(Trigger)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준이다.
우리는 흔히 모른다 와 어렵다 를 착각한다. 어렵다는 건 알려는 노력이 전제된 다음에 오는 판단이건만, 채 알려고도 하지 않고는 어렵다 는 말을 쉽게 한다. 한국학의 경우, 그것이 음악이건, 미술이건, 건축이건 특히 더 그렇다. 우리민족을 관통하는 공통의 정서속에서 발현된 이러한 문화체계가 정서적 뿌리를 이어온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어렵다는 건 그 진정성을 납득하기 힘든 표현이다. 우리는 모르고 있을 뿐이다. 관심도 없었고, 배운 적도 없기 때문에.
인문학을 하는 이유를 과학과 빗대어 흔히 알 수 없는 것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과학은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설명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므로. 그러나 삶은 알 수 있는 것들만의 집합이 아니다. 오히려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알 수 있는 것들보다 더 삶의 방향성을 좌지우지 한다. 그래서 인문학을 통해 이 불가지의 세상 속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것이 인문학의 존재 이유다. 과학의 발달로 알 수 있는 것들의 비중이 커져가면서 생기는 인문학 입지의 축소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겠지만, 인간이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것을 결코 다 알 수는 없다는 사실을 과학 그 자체가 증명해가고 있는 이상, 입지의 축소가 종말을 의미하거나 중요도의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세상 속 인문학적 선택지가 적어질수록에 올바른 선택은 더욱 중요하다. 열개의 선택지 가운데는제일 좋은 것 하나와 썩 괜찮은 것 두세개, 나쁘지 않은 것 서너개가 있게 마련이어서, 어떤 선택을 하던 그것이 최악의 선택이 될 확률도 적었지만, 인문학적 선택지가 (과학에 의해 선택이 아닌 정답으로 밝혀져가며) 열 가지에서 두세 가지로 줄어든 지금엔 최악의 선택을 할 경우의 확률도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문학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다.
행복한삶을 사는 방법의 시작은 스스로에게 다가오는 다양한 사건과 정보에 대해 폭넓고 속깊은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고, 그 가치가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인문학은 혼자 또는특정 집단이 행복의 나라로 가는 학문이 아니다. 지금 우리모두가 사는 이 세상을 행복의 나라로 만드는 학문이다. 이를테면 모두가 손잡고 함께 나아가는 학문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인문학적 관심을 환기하기에 꽤 좋은 책이다.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꼭 1권부터 읽어야할 이유는 없다. 나도 1권에 앞어 2권을 먼저 읽었다.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이어나가는 형태이기에 심지어는 2권의 중간부터 읽어나가도 상관없다)
KTV 한국정책방송에서는 2008년 6월 인문학 열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시작하여 현재 모두 120명에 달하는 국내 대표적인 원로·중견학자들의 인문학 담론들을 소개했다 철학과 역사, 문학과 예술등 인문학의 주요 주제들을 쉬우면서도 깊이있게 다루었던 이 프로그램은 그 내용을 엮어 인문학 콘서트 에 이어 이번 인문학 콘서트 2 를 출간하였다.
2권은 인문학, 학국인을 탐색하다 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계가 놀라는 성과를 이룩한 한국인의 저력은 과연 어디에 있는지, 한국인의 고유한 창의력과 상상력은 어디서 온 것인지,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한국인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지 등을 다양한 분야의 대표적인 학자들이 인문학적 시선으로 탐색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제1부. 한국인, 어디로 가나
「Only One, 한국인의 독창성」 이어령
세상 모든 것이 인문학이다 | 인간을 둘러싼 세 가지 세계 | Living vs Life |온리원(Only One) 창조자 | 새로운 인류 자본, 인문학 | 감동의 인문학 | 부정의 인문학 | 거북선과 아다케 후네 | 소통의 인문학 |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라 | 온 세상이 교과서다
「한국인이 놀다」 김정운
놀아야 한다 | 한국인은 왜 놀 줄 모르는가 | 한국인에게 부족한 정서적 공감대 | 창조하고 싶다면 맥락을 바꿔라 | 생각의 지도 | 휴테크가 필요하다 | 쉬기와 놀기 사이 | 문화적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
「한국인, 상상력을 디자인하라」 임헌우
상상력이란 무엇인가? | 상상력이 생산성을 주도한다 | 브로드비치의 오프너 | 파이(π)형 인간 | Stay Hungry, Stay Foolish | 생각의 관성에서 벗어나라 | 생각의 가지를 쳐라 | 독창성은 어디서 오는가 | 감동하게 하라 | 발견과 발명 사이, 인류의 역사 |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라 | 상상력의 기반, 열정 DNA | 생각의 크기 | 진정으로 원하면 이루어진다? | 상상력의 세 요소 | 인생은 저지르는 자의 것이다
「한국인의 도시 심리학」 하지현
일상에서 만나는 심리학 | 소통과 폐쇄 사이 | 술의 도시 심리학 | 광장의 집단 의식 | 유령 위장 | 인지부조화 | 원두커피와 커피믹스 사이 | 양극화하는 노인 계층 | 자살률 1위, 대한민국 | 성형 열풍 불다 |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라 | 내 욕망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한국의 과학교육을 위하여」 박이문
과학문명에 대한 철학적 성찰 | 세계관으로 과학을 만나다 | 과학과 감성 | 과학,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침묵의 봄
제2부. 한국인, 어디서 왔나
「한국인의 조상」 임돈희
어떤 민속학인가? | 세계에서 평가받는 한국의 무형문화재 | 한국인 가문의 형성 | 전통사회 가족관계 | 한국인에게 조상은 어떤 존재인가? | 조상제사에서 민속의 역할 | 한국식 입양과 재산분배 | 우리가 풀어야 할 단일민족 사회의 과제
「한국인의 명절」 이종철
한국인의 명절 | 한국인의 명절 놀이 | 한국인의 24절기 | 24절기와 풍속 | 한국인의 놀이
「한국인의 귀신이야기「 장윤선
왜 귀신인가? | 귀신의 개념과 유교적 귀신관 | 있어야 할 귀신, 없어야 할 귀신 | 원혼,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 | 귀신이야기의 비공식적 세계관 | 귀신, 현재와 과거의 접점
「한국인의 신화적 상상력」 오세정
신화란 무엇인가 | 한국인의 창세신화 | 건국신화, 무속신화 | 신화적 인물의 공간이동과 그 의미 | 신들의 변신 | 신화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한국 미인」 조용진
미인의 기준은 변한다 | 민족의 특징적 얼굴의 형성 | 미인의 평가에 작용하는 가치 개념 | 지역과 성에 따른 미인의 기준 | 진정한 미인
제3부 한국인, 누구인가
「한국인의 죽음」 김열규
죽음, 사랑, 문학 | 한국인은 세 번 죽는다 | 문화현상으로서의 곡(哭) | 영혼은 어떤 존재인가 | 메멘토 모리 | 죽음은 삶의 주춧돌이다 | 죽음을 승화하라
「한국인의 문기(文氣)」 최준식
문기와 신기 | 한국인은 왜 문화적 열등감을 느끼는가? | 경이로운 인쇄문화 | 한국인의 기록 정신 | 최고의 문화유산, 한글 | 한글 창제의 배경 | 문기, 한국인의 잠재력
「한국인의 한시」 이종묵
한국인의 한시 | 설중매(雪中梅) | 시중유화, 화중유시 | 임금, 시를 짓다 | 조선의 시인들
「한국인의 음악혼」 한명희
국악의 뿌리 | 우리 음악의 특징 | 단가(短歌), 판소리, 사물놀이 | 국악, 어떻게 즐길 것인가?
「한국인의 춤」 김삼진
한국춤 | 한국춤의 특징 | 한국춤의 명인들 | 한국춤의 미래
「한국인의 집, 한옥」 김봉렬
한국인의 집 | 한옥의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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