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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건축 만담

초판 발행 2014년 11월 24일 부제: 두 남자, 일상의 건축을 이야기하다   최준석 너무 쉬운 위로(숭례문: 중구 남대문로 47) 일단 뭔가 심각한 상처가 있는 사람이 말을 할 땐 귀 기울여 제대로 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오랜 세월 국보 1호로서 누적된 집단 기억의 갑작스러운 상실에서 기인한 상처가 우리의 마음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제된 숭례문에 폐허 위에 지어진 모두의 집 을 조심스레 오버랩 시켜본다. 우리에겐 과연 무엇이 결여되어 있는 것일까.   타고 남은 성곽과 목구조의 흔적들을 그대로 남겨두면서 작업을 진행했어도 좋았겠다.   우리는 너무 쉽게 없애고 너무 쉽게 복제한다.   건축은 예술일까?(미메시스 뮤지엄: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53)   많은 날이 지나고(안중근의사기념관: 중구 소월로 91)   길 위의 풍경들(지앤아트스페이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7) 공간을 매개체로 사람 간의 교감이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중 최고는 담양 소쇄원 이다.   소쇄원이 자연속에 은둔한 별서정원이라면 지앤아트스페이스는 도시 속에 은둔한 별서건축(말이 되는지 모르겠지만)이라고 할 수 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남영동 대공분실=경찰청 인권보호센터: 용산구 한강대로 71길 37) 건축주는 고문공간을 의뢰한 것이다. 고문을 가하지 않고도 공간 안에 있는 것 자체가 곧 고문이 되는 곳이어야 한다.     차현호 건축이 예술이 된다면(충정아파트: 서대문구 충정로3가) 건축은 바로 삶을 담는 그릇이니까.   걷고 싶은 거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비욘드 뮤지엄: 강남구 삼성로 702) 가장 청담동스러운 미술관 중 하나로 꼽는다.   건축의 표정(갤러리 팩토리: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잔혹한 일이 자행되던 대공분실은 무표정한 도시의 건물들 사이에서 비슷한 얼굴로 숨죽이고 있었다. 탈 기호화된 현대 도시의 건물들은 의도치 않게 익명성이라는 보호색으로 그것을 숨겨주었다. 건물의 익명성은 근대의 산물이다.   *쉽게 부수고 쉽게 짓고 너무나 쉬워진 토목을 위한 기업을 위한 건축만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다른 생각도 해야하지 않겠냐고 애둘러 질문 하나 던져주는 듯 두 건축가인 저자는 서로의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야기를 부드럽게 읽을 수 있게 해줘요. 건축을 정교하게 알고 싶으신분에게는 안 맞겠지만 건물의 다른부분을 생각해보고자 하거나 딱딱하지 않은 건축의 한 면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꽤 멋진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칸딘스키 [점 선 면] "점은 모든 것의 시작" 을 얘기하며 점에서 면까지 흐르며 삶을 얘기하는 건축가의 얘기도 흥미롭고 소설을 빗대어 대공분실이라는 시대의 아픔인 건물의 어둠을 표현하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뒷통수를 크게 한 방 "탕" 하고 내리치는 듯함을 느낄만큼 강열함은 아니지만, 수필집을 읽고 혼자서 하나하나 곱씹으며 생각에 잠겨볼 수 있는 것처럼 건물에 얽힌 얘기들에 건물의 모습을 그 속에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새로움을 느낄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나 생각되요!      

건축인 듯 건축 아닌 건축 이야기 두 남자가 걷고 보고 재구성한 서울의 일상독서가로도 유명한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책을 인간의 생활과 사상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식으로 규정했다. 비슷한 의미로 건축 역시 사람과 시대상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척도가 된다. 건축은 늘 우리의 복잡한 일상 속에 밀착해 존재해 왔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삶에 훨씬 더 구체적으로 맞닿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건축은 가볍게 웃고 즐기며 떠들 수 있는 대상이 되기엔 어딘가 모르게 난해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가령 하루 일과를 마치고 친구와 함께 치킨과 맥주를 즐기며 건축을 주제로 주거나 받거니 대화를 이어가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데 여기, 얼떨결에 중년을 맞이한 두 남자가 ‘치맥’을 앞에 두고 서울과 건축에 대해 올림픽 탁구 결승전 못지않은 열띤 핑퐁 토론을 벌이고 있다. 아니, 토론이라고 해야 할지 만담이라고 해야 할지, 건축인 듯 건축 아닌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서울과 공간에 관한 이야기들이 부딪히는 맥주잔의 파열음과 섞여 경쾌하게 들려온다. 서울 건축 만담 은 쫄깃하고 시원한 치맥처럼 십 수 년의 인연을 이어온 두 건축가가 퇴근 후 사람 사는 냄새가 눅진하게 배인 치킨 집에서 맥주 한잔에 그날 걷고 보고 재구성한 서울의 일상을 풀어놓은 건축 에세이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변잡기 에세이를 빙자한 건축과 도시 이야기’랄까. 매일 아침 출근을 해야 하는 건축 실무자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와 그 속에 자리하고 있는 건축에 대한 사색을 일상에 녹여 편안하게 써내려간다. 건축을 업으로 삼은 전문가들이 썼음에도 결코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마치 막역한 친구 사이에서 농담 따먹기를 하듯 주고받는 입담은 유쾌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가 살아가는 서울이라는 도시와 그 안에 자리한 건축과 공간을 한 번쯤 돌아보게 되는 걸 보니 분명 지은이들의 건축에 대한 사유의 깊이와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프롤로그

01 도시가 사람을 위로한다
마포대교 / 차현호

02 너무 쉬운 위로
숭례문 / 최준석

03 옛것을 살리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온그라운드 스튜디오 / 차현호

04 건축은 예술일까
미메시스 뮤지엄 / 최준석

05 건축이 예술이 된다면
충정아파트 / 차현호

06 망망대해에 홀로 뜬 여객선처럼
세운상가 / 최준석

07 일 더하기 일은 이가 당연하듯이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 차현호

08 많은 날이 지나고
안중근의사기념관 / 최준석

09 걷고 싶은 거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비욘드 뮤지엄 / 차현호

10 길 위의 풍경들
지앤아트스페이스 / 최준석

11 바람이 불고, 댓잎이 쓸리고,
촛불이 흔들렸다
경인찻집 / 차현호

12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남영동 대공분실 / 최준석

13 건축의 표정
갤러리 팩토리 / 차현호

14 표정 없는 표정
환기미술관 / 최준석

15 산다는 건 점 하나를 찍는 일
도시의 밤풍경 / 차현호

17 굳이 걸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을지로 지하공공보행통로 / 차현호

18 그때 그리고 지금
한강 / 최준석


19 다 같이 돌자 서울 한 바퀴
서울 성곽길 / 차현호

20 어느 시인의 우물
윤동주 문학관 / 최준석

21 순댓국이 생각나는
신당동 창작아케이드 / 차현호

22 응답하라 1994
신사동 가로수길 / 최준석

23 광화문을 빼앗긴 타임킬러
광화문 광장 / 차현호

24 말하자면 상상의 광장
김포공항 / 최준석

25 당신들의 광장은 어떤 모습인가요
광화문 광장Ⅱ / 차현호

26 느린 도시의 즐거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최준석

27 갈등의 공간
선유도 공원 / 차현호

28 추억과 우주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 최준석

29 자하 하디드, 말하다(건축가 가상 인터뷰)
동대문디자인플라자Ⅱ / 차현호

30 공간이 변해야 생각이 변한다
청와대 / 최준석

31 건축가의 비극, 사회의 비극
서울시청 신청사 / 차현호

32 지나온 나날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최준석

에필로그